1. 취지와 목적
- 지난 2019년 9월, 수많은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기후위기비상을 선언하며 행동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탄소중립2050을 법제화하고 녹색가치를 내세운 기업들을 앞세워 오로지 장밋빛 기술이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반복되는 기후재난, 기후재앙입니다. 그 가운데 대다수 보통사람들은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의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성장중심의 발전을 끝내지 않는다면, 국가 내 불평등을 넘어 전지구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땅에서 더는 온전히 살아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 다가오는 9월, 기후정의를 기치로 거대한 행진을 시작합시다. 기후위기 시대,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합시다.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수많은 동료시민들 함께 기후위기에 맞서 기후정의를 결의하고 924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한 다종다양한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이에 우리의 요구와 향후 행동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 참가자 발언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 :
민주노총이 이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은 민주노총이 최초로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적인 행진입니다. 기후위기를 빌미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산업전환이 노동자를 배제하는 자본만의 이윤추구의 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기본권이 배제되지 않고 모두의 평등한 삶과 권리를 누리는 시스템 전환이 되도록 민주노총도 나서겠습니다. 9.20-9.23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노조포럼”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8월 8일, 그리고 10일. 사람이 죽었습니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비가 와서 죽었습니다. 고작 하루종일 비 한번 쎄게 왔다고 집에 갇혀서 죽었습니다. 어디 물놀이 간것도 위험한 강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집이 안전하겠지. 아무리 반지하 집이라도 잠기겠어'라는 믿음은 허망한 죽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늙은 어머니가 그 책임을 감당하기에 그것은 너무 힘들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먼저' 죽어야합니까? 좀 살면 안 됩니까? 살고 싶습니다. 함께 살고 싶습니다.
기후 위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 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디에 있고 누구와 있으며 어떻게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생사가 갈릴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안그래도 불평등한 우리 사회를 더욱 더 파괴적으로 갈라 놓습니다. 단순히 덥고 춥고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사의 문제인 것입니다.
장애인의 현실은 더욱 처참합니다. 이동할 수 없어 학교에도 회사에도 갈 수 없습니다. 배울 수 없어 취직이 안되고 그래서 만성적인 빈곤에 허덕입니다. 가난한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가족이 책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대로된 집, 원할한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심해질 기후 위기는 이런 장에인들에게 더국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양지바른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다면, 곁에 활동지원사가 있었다면, 적어도 그 지역 사회의 재난 방지 체계가 제대로만 돌아갔다면,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누가 죽이고 있습니까?
반지하를 지어 그 알량한 월세 받으려는 사람들. 발달장애인은 신체적으로 문제 없으니 활동지원사를 못 주겠다는 사람들. 예산을 아껴 화려한 랜드마크를 지을지언정 빗물펌프장이 웬말이냐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죽인겁니다. 더 이상 죽지 않겠습니다. 함께 살겠습니다.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십시오. 활동지원 시간을 필요한 만큼 주십시오. 재난방지 예산을 깎지 말고 제대로 써주십시오. 장애인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
얼마 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의 참사 소식을 듣고 많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제가 살던 고시원, 지하방 같은 열악한 집들이 떠올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울 청구역 근처 지하실에 산 적이 있습니다. 반지하도 아니고 창문 하나 없는 완전한 지하방이었습니다. 지하실을 쪼개 쪽방처럼 1인실을 만들고 숙박업소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주방에서 음식을 해먹고 나면 하루 종일 음식 냄새가 빠지질 않았습니다. 옆방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살았습니다. 아마 저처럼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찾아 온 모양이었습니다. 건물에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찜질방처럼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불이 축축할 정도로 습도가 높았습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열악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날씨를 그냥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실을 나와서는 고시원에서 주로 지냈습니다. 고시원 방은 지상이었고 에어컨도 있었지만 원장이 리모콘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필요 온도에 맞추질 못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잘 때만 방에 들어가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차라리 밖에 나와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로 고를 수 있는 곳은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주택 제도 중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있습니다. 공공이 보유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민간 임대시장의 집에 들어갈 수 있게 전세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때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은 역시나 지하방, 원룸, 옥탑방, 고시원 같은 곳입니다. 정부와 제도가 사실상 열악한 주거환경에 가난한 사람들을 방치해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번 폭우 참사 이후 반지하방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반지하방은 사라져야 할 주거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쪽방촌을 개발하며 주민을 내쫓고, 재개발 재건축 추진하며 내쫓기는 사람들을 그저 방치하고 있는 시장 입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숙인 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폭염 대책으로 민간후원을 활용해 쪽방촌에 에어컨 150대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동료들을 통해 전해들은 실상은 이랬습니다. 한 층에 12가구씩 모여 사는 쪽방 건물의 복도에 에어컨이 하나씩 달렸습니다. 에어컨 냉기를 느끼려면 방문을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에어컨과 거리가 먼 복도 끝에 사는 사람은 이전과 별반 차이 없는 더위를 느끼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에어컨 리모콘은 건물 관리자들이 쥐고 있어 필요한 때 적절한 이용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와 동료들은 이런 지원이 전혀 고맙지 않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저와 동료들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쪽방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에는 대답을 쏙 빼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개발이 추진 중인 양동과 창신동 쪽방촌에서 하루걸러 주민들이 사전퇴거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개입은 전혀 없습니다.
불평등한 기후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에어컨으로 열 식히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열악한 주거의 문제,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병과 장애와 가난의 문제.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에 대해 손쉬운 미봉책만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폭염과 재난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길 요구합니다. 더 이상 불평등하지 않게, 모든 이들의 적정 주거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끝으로 발언 마치겠습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 :
저는 9월 23일 진행될 전세계 동시다발 글로벌 기후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합니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입니다. 2019년 3월 15일, 첫번째 전 세계 동시다발의 기후파업이 열렸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들이 각 국가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시위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나 오는 9월 23일 금요일, 다시 기후파업이 열립니다. 이번 시위는 단순히 9월에 여러차례 진행되어왔기에 기후위기를 다시 외치는 연례 행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10차례 정도의 기후파업이 진행되어온 동안 정치의 변화는 여전히 너무나도 더딥니다. 아니 오히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는 결정들을 마치 최선의 결과인것 마냥 떠들며 책임을 가리고 있습니다.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한 달 남겨두고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그보다 하루 앞선 9월 23일, 글로벌기후파업을 맞이하여 용산에서 시위를 진행합니다. 전세계 연대체인 FFF의 한국지부로서 2019년부터 글로벌기후파업을 주도해온 청기행은 이번 9월, 공통 슬로건인 peoplenotprofit의 의미에 맞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준의 감축목표와 당사자가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NDC의 재조정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기후정의를 외치는 많큼 공정한 분담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시 세우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논의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배출 책임을 가져온 국가로서, 세대와 더 많은 당사자를 고려한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 이자리에서 기후정의를 이야기하는 우리조차 주류의 운동에서 우리 좋을대로 정의를 해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용산에서 대통령실로 짧은 행진은 우리가 언제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리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언제든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9월 24일 우리가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더 많은 당사자의 이야기. 우리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내 위기를 타인이 정의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정의하고 말하기 위해 우리는 9월 24일에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924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기후위기가 사회 불평등과 부정의의 문제이며 착취의 문제이기에. 기후정의를 외치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착취의 구조를 깨야 한다고 인정하는 날이. 기후위기가 여기 있는 우리 삶의 문제라는 걸 드러냈을 때. 기후정의가 조금은 선명하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요. 단지 미래세대라서, 피해의 대상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부정하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이곳에서도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기록적인 폭우・폭염, 가뭄, 산불 등 기후 재난으로 세계 곳곳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안타까운 희생과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제 모두 아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사용 등 환경파괴로 인한 인재입니다. 지금 즉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과감한 노력이 없다면 이런 끔찍한 재해는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재난은 취약층에게 더 가혹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을 때 재난 피해는 반복되고, 취약층은 더 오랫동안 고통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민생 대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난 정부에서 제도화된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윤 정부는 기후 위기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노동자 시민의 의견보다 기후위기 유발에 책임이 큰 산업계의 요구에 더 귀 기울이고, 기업과 자본 지원중심, 규제완화 중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체에너지 대신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은 또 어떻습니까? 그나마 미흡한 탄소중립 추진 전략마저 후퇴시킬 조짐을 보면서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이 보인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무능했던 대응을 보면서 우리는 절망했습니다. 윤 정부가 노동자 시민 당사자 목소리를 듣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자신의 의무와 소임을 다할 것을 함께 촉구해 주십시오.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을 살수 있게 시민 여러분께서 함께 외쳐 주십시오. 9월, 기후위기에 맞선 담대한 행진에 시민들이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기자회견문>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지나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는가?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휘황한 말잔치에도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이윤의 극대화, 성장과 팽창에 매몰되어 지구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착취하는 기업과 정부 탓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종적 불평등을 지속하는 사회 체제 탓이다.
다시 묻는다. 이 기후는 누구에게 닥치는 재난인가? 누군가에겐 기껏 외제차가 침수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잃는 재난이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새로운 돈벌이의 기회로 여기기까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재난으로 인한 죽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피해의 최소화’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고작인 오늘날의 기후재난과 탄소중립 정책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 앞에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절망한다. 기업의 파괴적 이윤추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주의적 체제가 기후재난의 원인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견고한 자본·정치 권력 앞에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념하지 않는다.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는 기후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후·환경’이라는 의제를 넘어 노동자, 농어민, 여성, 장애인, 빈민, 종교인, 반전주의자, 성소수자, 청년·청소년으로서 연대하고 있다. 동물과 숲, 바다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모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넘어서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기로 우리는 결의한다. 기후위기의 최일선에 서서,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공공적,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시장화된 화석연료 기반 교통, 운송 체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공교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사고위험과 방사성 폐기물로 기후·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지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쟁적 이윤추구를 넘어 재생과 순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최상위 부유층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에 의해 고용·거래된 노동자와 빈민,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는 한낱 소유물이 되어 착취와 수탈에 신음하면서도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위기와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선을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과 피해가 집중된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지구적,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은 기업과 자본, 정치인들에게 다시 세상을 맡길 수 없다.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며 위기 극복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최일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 기후정의를 말해야 한다. 폭염과 홍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주거빈곤층, 난개발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농토와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농민과 노동자들, 기후위기에 더 큰 위협을 받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가 우리의 다른 이름들이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재난과 위기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기후정의’는 기후재난을 겪는 세계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이자 대안이다. ‘기후정의’는 우리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방향타다. 우리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자본 권력에 적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정부가 불평등한 체제를 종식하도록 하는 기후정의행동을 시작한다. 9월 24일, 우리는 서울 광화문에서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싸울 것이다.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은 광화문 거리로 모여달라. 이대로 살 수는 없다.
924기후정의행진을 한달 앞둔 2022년 8월 24일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
<참고 링크>
🔥 행동 계획
🔥 조직위 구성 및 현황
🔥 924 기후정의행진 공식포스터 다운로드
[ 기자회견 정보 ] 일시 / 장소 : 2022. 08. 24. 수 11:00 / 광화문광장 - 사회: 한재각 (9월 기후정의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부문별 참가자 발언 -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 -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별칭 요지) -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 -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요구안과 행동계획 발표 - 황인철 (9월 기후정의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기자회견문 낭독 - 조경자 수녀님 (가톨릭기후행동) - 효탄 스님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 조경원 교무님 (원불교환경연대) - 황준의 목사님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퍼포먼스(사진촬영) - 기자회견 직후 포스터 행동 돌입 |
1. 취지와 목적
- 지난 2019년 9월, 수많은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기후위기비상을 선언하며 행동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탄소중립2050을 법제화하고 녹색가치를 내세운 기업들을 앞세워 오로지 장밋빛 기술이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양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반복되는 기후재난, 기후재앙입니다. 그 가운데 대다수 보통사람들은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의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성장중심의 발전을 끝내지 않는다면, 국가 내 불평등을 넘어 전지구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땅에서 더는 온전히 살아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 다가오는 9월, 기후정의를 기치로 거대한 행진을 시작합시다. 기후위기 시대,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합시다.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수많은 동료시민들 함께 기후위기에 맞서 기후정의를 결의하고 924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한 다종다양한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이에 우리의 요구와 향후 행동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 참가자 발언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 :
민주노총이 이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은 민주노총이 최초로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적인 행진입니다. 기후위기를 빌미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산업전환이 노동자를 배제하는 자본만의 이윤추구의 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기본권이 배제되지 않고 모두의 평등한 삶과 권리를 누리는 시스템 전환이 되도록 민주노총도 나서겠습니다. 9.20-9.23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노조포럼”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8월 8일, 그리고 10일. 사람이 죽었습니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비가 와서 죽었습니다. 고작 하루종일 비 한번 쎄게 왔다고 집에 갇혀서 죽었습니다. 어디 물놀이 간것도 위험한 강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집이 안전하겠지. 아무리 반지하 집이라도 잠기겠어'라는 믿음은 허망한 죽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늙은 어머니가 그 책임을 감당하기에 그것은 너무 힘들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먼저' 죽어야합니까? 좀 살면 안 됩니까? 살고 싶습니다. 함께 살고 싶습니다.
기후 위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 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디에 있고 누구와 있으며 어떻게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생사가 갈릴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안그래도 불평등한 우리 사회를 더욱 더 파괴적으로 갈라 놓습니다. 단순히 덥고 춥고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사의 문제인 것입니다.
장애인의 현실은 더욱 처참합니다. 이동할 수 없어 학교에도 회사에도 갈 수 없습니다. 배울 수 없어 취직이 안되고 그래서 만성적인 빈곤에 허덕입니다. 가난한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가족이 책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대로된 집, 원할한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심해질 기후 위기는 이런 장에인들에게 더국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양지바른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다면, 곁에 활동지원사가 있었다면, 적어도 그 지역 사회의 재난 방지 체계가 제대로만 돌아갔다면,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누가 죽이고 있습니까?
반지하를 지어 그 알량한 월세 받으려는 사람들. 발달장애인은 신체적으로 문제 없으니 활동지원사를 못 주겠다는 사람들. 예산을 아껴 화려한 랜드마크를 지을지언정 빗물펌프장이 웬말이냐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죽인겁니다. 더 이상 죽지 않겠습니다. 함께 살겠습니다.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십시오. 활동지원 시간을 필요한 만큼 주십시오. 재난방지 예산을 깎지 말고 제대로 써주십시오. 장애인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함께 살게 해 주십시오!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
얼마 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의 참사 소식을 듣고 많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제가 살던 고시원, 지하방 같은 열악한 집들이 떠올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서울 청구역 근처 지하실에 산 적이 있습니다. 반지하도 아니고 창문 하나 없는 완전한 지하방이었습니다. 지하실을 쪼개 쪽방처럼 1인실을 만들고 숙박업소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주방에서 음식을 해먹고 나면 하루 종일 음식 냄새가 빠지질 않았습니다. 옆방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살았습니다. 아마 저처럼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찾아 온 모양이었습니다. 건물에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찜질방처럼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불이 축축할 정도로 습도가 높았습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열악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날씨를 그냥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실을 나와서는 고시원에서 주로 지냈습니다. 고시원 방은 지상이었고 에어컨도 있었지만 원장이 리모콘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필요 온도에 맞추질 못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잘 때만 방에 들어가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차라리 밖에 나와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로 고를 수 있는 곳은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주택 제도 중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있습니다. 공공이 보유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민간 임대시장의 집에 들어갈 수 있게 전세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때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은 역시나 지하방, 원룸, 옥탑방, 고시원 같은 곳입니다. 정부와 제도가 사실상 열악한 주거환경에 가난한 사람들을 방치해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번 폭우 참사 이후 반지하방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반지하방은 사라져야 할 주거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쪽방촌을 개발하며 주민을 내쫓고, 재개발 재건축 추진하며 내쫓기는 사람들을 그저 방치하고 있는 시장 입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숙인 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폭염 대책으로 민간후원을 활용해 쪽방촌에 에어컨 150대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동료들을 통해 전해들은 실상은 이랬습니다. 한 층에 12가구씩 모여 사는 쪽방 건물의 복도에 에어컨이 하나씩 달렸습니다. 에어컨 냉기를 느끼려면 방문을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에어컨과 거리가 먼 복도 끝에 사는 사람은 이전과 별반 차이 없는 더위를 느끼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에어컨 리모콘은 건물 관리자들이 쥐고 있어 필요한 때 적절한 이용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와 동료들은 이런 지원이 전혀 고맙지 않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저와 동료들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쪽방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에는 대답을 쏙 빼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개발이 추진 중인 양동과 창신동 쪽방촌에서 하루걸러 주민들이 사전퇴거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개입은 전혀 없습니다.
불평등한 기후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에어컨으로 열 식히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열악한 주거의 문제,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병과 장애와 가난의 문제.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에 대해 손쉬운 미봉책만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폭염과 재난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길 요구합니다. 더 이상 불평등하지 않게, 모든 이들의 적정 주거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끝으로 발언 마치겠습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 :
저는 9월 23일 진행될 전세계 동시다발 글로벌 기후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합니다. 글로벌 기후파업은 전 세계적 청소년 연대체인 Fridays For future가 주도하는 동시다발 시위입니다. 2019년 3월 15일, 첫번째 전 세계 동시다발의 기후파업이 열렸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들이 각 국가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시위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나 오는 9월 23일 금요일, 다시 기후파업이 열립니다. 이번 시위는 단순히 9월에 여러차례 진행되어왔기에 기후위기를 다시 외치는 연례 행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10차례 정도의 기후파업이 진행되어온 동안 정치의 변화는 여전히 너무나도 더딥니다. 아니 오히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는 결정들을 마치 최선의 결과인것 마냥 떠들며 책임을 가리고 있습니다.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한 달 남겨두고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그보다 하루 앞선 9월 23일, 글로벌기후파업을 맞이하여 용산에서 시위를 진행합니다. 전세계 연대체인 FFF의 한국지부로서 2019년부터 글로벌기후파업을 주도해온 청기행은 이번 9월, 공통 슬로건인 peoplenotprofit의 의미에 맞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준의 감축목표와 당사자가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NDC의 재조정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기후정의를 외치는 많큼 공정한 분담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시 세우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논의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배출 책임을 가져온 국가로서, 세대와 더 많은 당사자를 고려한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 이자리에서 기후정의를 이야기하는 우리조차 주류의 운동에서 우리 좋을대로 정의를 해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용산에서 대통령실로 짧은 행진은 우리가 언제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리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언제든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9월 24일 우리가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더 많은 당사자의 이야기. 우리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내 위기를 타인이 정의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정의하고 말하기 위해 우리는 9월 24일에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924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기후위기가 사회 불평등과 부정의의 문제이며 착취의 문제이기에. 기후정의를 외치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착취의 구조를 깨야 한다고 인정하는 날이. 기후위기가 여기 있는 우리 삶의 문제라는 걸 드러냈을 때. 기후정의가 조금은 선명하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요. 단지 미래세대라서, 피해의 대상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부정하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이곳에서도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기록적인 폭우・폭염, 가뭄, 산불 등 기후 재난으로 세계 곳곳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안타까운 희생과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제 모두 아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사용 등 환경파괴로 인한 인재입니다. 지금 즉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과감한 노력이 없다면 이런 끔찍한 재해는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재난은 취약층에게 더 가혹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을 때 재난 피해는 반복되고, 취약층은 더 오랫동안 고통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민생 대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난 정부에서 제도화된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윤 정부는 기후 위기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노동자 시민의 의견보다 기후위기 유발에 책임이 큰 산업계의 요구에 더 귀 기울이고, 기업과 자본 지원중심, 규제완화 중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체에너지 대신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은 또 어떻습니까? 그나마 미흡한 탄소중립 추진 전략마저 후퇴시킬 조짐을 보면서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이 보인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무능했던 대응을 보면서 우리는 절망했습니다. 윤 정부가 노동자 시민 당사자 목소리를 듣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자신의 의무와 소임을 다할 것을 함께 촉구해 주십시오.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을 살수 있게 시민 여러분께서 함께 외쳐 주십시오. 9월, 기후위기에 맞선 담대한 행진에 시민들이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기자회견문>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지나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는가?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휘황한 말잔치에도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이윤의 극대화, 성장과 팽창에 매몰되어 지구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착취하는 기업과 정부 탓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종적 불평등을 지속하는 사회 체제 탓이다.
다시 묻는다. 이 기후는 누구에게 닥치는 재난인가? 누군가에겐 기껏 외제차가 침수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잃는 재난이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새로운 돈벌이의 기회로 여기기까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재난으로 인한 죽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피해의 최소화’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고작인 오늘날의 기후재난과 탄소중립 정책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 앞에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절망한다. 기업의 파괴적 이윤추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주의적 체제가 기후재난의 원인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견고한 자본·정치 권력 앞에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념하지 않는다.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는 기후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후·환경’이라는 의제를 넘어 노동자, 농어민, 여성, 장애인, 빈민, 종교인, 반전주의자, 성소수자, 청년·청소년으로서 연대하고 있다. 동물과 숲, 바다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모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넘어서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기로 우리는 결의한다. 기후위기의 최일선에 서서,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공공적,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시장화된 화석연료 기반 교통, 운송 체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공교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사고위험과 방사성 폐기물로 기후·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지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쟁적 이윤추구를 넘어 재생과 순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최상위 부유층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에 의해 고용·거래된 노동자와 빈민,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는 한낱 소유물이 되어 착취와 수탈에 신음하면서도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위기와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선을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과 피해가 집중된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지구적,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은 기업과 자본, 정치인들에게 다시 세상을 맡길 수 없다.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며 위기 극복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최일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 기후정의를 말해야 한다. 폭염과 홍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주거빈곤층, 난개발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농토와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농민과 노동자들, 기후위기에 더 큰 위협을 받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가 우리의 다른 이름들이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재난과 위기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기후정의’는 기후재난을 겪는 세계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이자 대안이다. ‘기후정의’는 우리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방향타다. 우리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자본 권력에 적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정부가 불평등한 체제를 종식하도록 하는 기후정의행동을 시작한다. 9월 24일, 우리는 서울 광화문에서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싸울 것이다.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은 광화문 거리로 모여달라. 이대로 살 수는 없다.
924기후정의행진을 한달 앞둔 2022년 8월 24일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참고 링크>
🔥 행동 계획
🔥 조직위 구성 및 현황
🔥 924 기후정의행진 공식포스터 다운로드
[ 기자회견 정보 ]
일시 / 장소 : 2022. 08. 24. 수 11:00 / 광화문광장
- 사회: 한재각 (9월 기후정의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부문별 참가자 발언
-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
-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별칭 요지)
-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사무국장)
-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요구안과 행동계획 발표
- 황인철 (9월 기후정의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기자회견문 낭독
- 조경자 수녀님 (가톨릭기후행동)
- 효탄 스님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 조경원 교무님 (원불교환경연대)
- 황준의 목사님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퍼포먼스(사진촬영)
- 기자회견 직후 포스터 행동 돌입